채권이 품귀다. 특히 회사채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회사채 발행이 4조9천억원으로 전월보다 2천억원 늘어나면서 11개월 만에 순증발행됐다고 밝혔지만 유통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관투자가의 운용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기관들이 올들어 주식을 줄곧 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투신사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채권 위주의 기관 자금운용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보험 은행 투신사 등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올들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채권투자 비중은 확대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10월 말 기준 금융자산 90조원 가운데 무려 83조원(92%)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주식 비중은 7%(6조3천억원ㆍ장부가 기준)에 불과하다. 매월 자금이 4조원씩 불어나는 국민연금은 막대한 자금으로 채권을 '싹쓸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들의 채권투자 비중도 90%대에 달한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자산 7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은 유가증권에 38조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채권투자만 37조원에 이를 만큼 자산운용이 채권 일변도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주식투자금액(관계자 지분 제외)은 5천억원에 불과하다. 교보생명도 주식투자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함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투신사들은 회사채를 구하기가 힘들어 통안채 기업어음(CP) 등으로 채권형펀드를 운용, 펀드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지배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회사채 발행잔액이 2년째 감소하는 등 채권시장 규모에 비해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너무 크다"면서 "채권과 주식의 균형있는 자산 배분을 새로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