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이 대출로 방출되면서 가계대출은 지난 10월중 4조2천억원이나 늘어 최근 1년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시장금리에 민감한 투신사나 은행 신탁에선 돈이 빠져 나가는 추세다.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채권값 하락 전망)으로 채권형펀드의 자금이탈이 눈에 띄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예상과 왕성한 대출수요에 비춰 금융시장에서도 어렴풋이나마 '회복 징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수신은 총 5백64조6백43억원으로 전달보다 7조6천8백94억원 증가했다. 이는 2분기(4조9천억원)에 비해도 3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투신사 수신은 지난달 초단기상품인 MMF만 1조6천억원 늘었을 뿐 주식ㆍ채권ㆍ혼합형 등 모든 펀드에서 빠져 전체적으로 5천억원 감소했다. 은행 신탁에서도 7천억원이 감소했다. 은행권에 몰린 돈은 주로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자금으로 시중에 풀렸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백49조1천3백46억원으로 전달보다 4조2천5백94억원이 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대출규제를 우려한 고객들이 미리 대출을 끌어 쓰는 바람에 지난달 2조7천1백71억원 늘어 1년만에 가장 증가폭이 컸다. 기업대출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이 2조9천억원 늘었으나 대기업 대출은 3천억원 줄어 여전히 수요가 왕성했으나 대기업대출은 오히려 3천억원 줄어 3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