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5일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아직 향상의 여지가 많으므로 이를 높이면 외환위기 이전의 고성장을 다시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초청 강연에서 "높은 교육수준과 정부 주도의 기술이전이 한국경제의 성공을 가져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화와 한국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의 성공사례는 교육과 기술발전이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부분에서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지식과 생산성 격차 때문"이라며 개도국들이 이 격차를 줄일 경우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은 세계화의 성공 사례임과 동시에 미국 주도의 잘못된 세계화정책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강조,개도국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으면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화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불공정한 교역조건과 미국의 일방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고 세계통화기금(IMF)이나 이를 움직이는 미국이 주창하는 세계화는 개도국들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미국 자본가들의 이익에 따라 잘못 운영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례로 한국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93년 5개년 자본시장개방 계획을 세웠는데도 미 재무부와 금융자본가들이 시장개방을 재촉,섣불리 자본자유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한국은 4년 후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IMF관리체제 하의 한국은 IMF가 제기한 반도체 과잉설비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큰 대가를 치렀지만 99년 반도체경기가 회복됨으로써 당시의 문제가 근본적인 설비과잉이라기보다는 경기순환상에서 나타난 현상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 압력에 대해서도 "무역은 쌍방이 아니라 다자간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쌍방간에 적자를 기록한다고 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또 "미 경제가 3분기 7.2%의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고용없는 회복에 있다"면서 "7~8월의 높은 성장세가 9월 들어 둔화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