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스님 생활모습 담은 '산문, 치인리 십번지'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님이 40화음을 갖춘 최신형 휴대전화기를 샀다.
새 전화기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 신도들 앞에서 싱글벙글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자 스님은 멜로디 때문에 기절할 뻔했다.
"여보∼전화 받아요∼"
해인사 종무소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현진 스님이 해인사 스님들의 일상생활과 인간적인 모습을 '산문,치인리 십번지'(열림원,8천5백원)에 경쾌하게 풀어놓았다.
'치인리 십번지'는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있는 해인사의 주소다.
해인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해인' 편집위원도 맡고 있는 현진 스님은 이 책에서 해인사 스님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선원 강원 율원을 다 갖춘 총림인 해인사의 스님은 큰절에만 2백50여명,산내 암자까지 합치면 5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예비군 훈련에 얽힌 이야기 하나.
스님들도 예비군 훈련을 받는데 사격 솜씨가 뛰어나다고 한다.
화두에 집중하는 힘을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힘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진 스님은 "스님들이 받는 예비군 훈련은 수행의 또다른 연장"이라고 말한다.
스님들의 평범한 일상에 관한 얘기도 속인들이 보기에는 흥미롭다.
축구가 최고의 스포츠로 통하는 해인사에서 스님과 행자가 팀을 갈라 시합을 벌였다.
한 행자가 공을 몰아 문전에서 슛을 하려는 순간 상대 선수로 뛰고 있던 행자교관 스님이 "김 행자!"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행자는 슛을 하다 말고 "네!" 하고 그 자리에 서서 합장을 했고 이 틈에 수문장은 골을 낚아챘다.
스님들끼리만 통하는 '산중 은어'도 재미있다.
'승소(僧笑)'는 스님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보기만 해도 웃는다고 하는 국수를 이르는 말.또 '큰 도끼와 작은 도끼로 잘 저며서 만든 나물'이라는 뜻의 '부월채(斧鉞菜)'는 계율로 금지된 '육고기'를 뜻하는 은어다.
고깃국은 '반야탕',술은 '곡차',간식은 '차담(茶談)',낮잠은 '와선(臥禪)',화투놀이는 '화엄법회'란다.
현진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절집 사람들이 먼 시대의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