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도 원청업체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엔지니어링회사인 벡텔과 함께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에서 최대 원청업체로 부상한 미국 KBR사 척 웨스트립 사업개발본부장의 말이다. 5일 KOTRA가 주관한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설명회' 참석차 방한한 웨스트립씨는 "미 군정청(CPA)은 향후 복구사업을 벡텔이나 KBR를 거치지 않고 공개입찰쪽으로 가져갈 생각"이며 "전후복구에는 아직도 엄청난 물량이 소요될 것인 만큼 엔지니어링,건설,수송 등 전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트립씨는 KBR의 하청조건과 관련,즉각납품 가능성(responsive)을 첫 손에 꼽았다. "CPA가 간밤에 전화로 50대 분량의 차량(SUV)을 조달할 수 있느냐고 문의해와 3일만에 납품한 적도 있다"면서 "이런 능력을 갖춘 한국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현대건설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날 설명회장에선 미 4대 로펌이자 중동진출 미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패튼 복스(Patton Boggs)사 소속 변호사,중동 시설안전전문가,전임 백악관 보좌관 등 중동전문가들이 나름의 다양한 '이라크공략 비법'을 쏟아냈다. 미 국방안보자문위원인 존 가레트씨는 "종전과 달리 앞으로는 이라크 각 부처에서 직접 사업을 발주할 가능성도 높다"며 "이라크 정부부처내 인맥이 있거나 이라크 정황을 귀띔해줄 수 있는 이라크 현지파트너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로펌에서 일하며 현지 재벌의 고문까지 지낸 신웅식 변호사는 "중동은 한국의 청년들이 자기 인생을 걸 만한 중동특수 붐이 이는 곳"이라며 "당장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 가서 1∼2년 아랍어를 배우라"고 조언했다. 신 변호사는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이라크에는 현지 대리인이 필요없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경비,운송,식당,여관 등 분야에 사업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연사는 그러나 이라크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고 금융 법률 등 각종 사회 시스템이 미흡해 투자수익에 상응하는 리스크 감수는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