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kim@cj.net 대학시절 마시던 막걸리부터 생맥주 소주 청주 위스키 등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꽤 다양한 술을 마셔왔다. 가끔 편한 사람들과 자리해 술을 마시며 과거를 추억할 때면 그 시절의 내 모습과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술 기운보다 진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훈훈해지곤 한다. 최근 몇년 전부터는 와인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건강에 좋고 비즈니스를 위한 식사자리에서 와인 한잔이 대화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등 좋은 점이 있어 기회 있을 때마다 마시는 편이다. 와인의 대중화에는 '보졸레 누보'라는 세계적인 마케팅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보졸레 지역의 와인은 '가메(gamay)'라는 품종으로 만들어 오래 숙성시키기보다는 통상 9월에 수확해 그 해 안에 마시는 햇 포도주 개념의 술이다. 우리로 치면 푹 발효시켜 겨우내 먹는 김장 김치가 아닌 겉절이 김치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른바 '명품와인'의 반열에 드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지역 축제에 그치던 '보졸레 누보'시음행사가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전세계에 동시 출시라는 홍보 이벤트를 거치면서 국내에서도 벌써 예약 판매에 나서는 것을 보니 한 켠 부럽기도 하면서 아쉬운 맘이 든다. 식품회사의 경영자로서 우리 먹거리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보졸레 누보는 '오래 보관 못하고 빨리 마셔야 되는 와인'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승화시켜 세계화에 성공한,우리 먹거리 세계화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우리 전통음식인 김치 고추장 역시 세계화의 장벽으로 발효지속,매운맛,원료조달 등의 단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해외 전파는 그 나라 경제력과도 괘를 같이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전세계 11위의 무역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먹거리의 세계화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개별기업의 힘으로만 될 사안도 아니고 민·관이 힘을 모아 우리 먹거리의 세계화를 이루어 밥 떡 김치 고추장 등 우리 고유의 음식이 프랑스 한켠에서,아니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대접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