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통령과 취업대란..金榮奉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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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榮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졸업반 4학년 강의실이 학기 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11월 이 때쯤이면 취업해서 연수 들어간다고 수강생의 절반은 빠져나가야 하는데 금년에는 도시 빈 자리가 없다.
모처럼 면접통지서를 내밀며 결석 양해를 구하는 학생에게 실없이 한마디 해본다.
"면접보다는 취직이 좋은 거지.학생들,면접 보는거 보다는 취업을 하세요."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보자는 노력에 학생들이 썰렁하게 웃는다.
이들 가슴속이 얼마나 타고 있는지 대통령은 알 것인가.
참으로 황폐한 취업시장이다.
8월말 실업률이 3.3%라고 하나 이런 통계숫자는 의미가 없다.
실업률 통계는 일자리가 없어서 구직 포기자가 늘어날수록 낮아지게 돼 있다.
퇴직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재취업은 엄두도 못내는 이른바 사오정 오륙도 세대의 실업률을 0.8∼2.4%라고 하니 말이다.그나마 8%가 넘는 청소년층 실업률이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일자리 부재는 한국만 앓는 병이 아니다.IT기술 발전이 1인당 생산성을 크게 올려 선진국일수록 노동력은 남아돈다. 8월 실업률은 캐나다 8%,프랑스 9.6%,독일 10.6%이다.3분기 7.2%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도 6%대의 실업은 어찌하지 못해'무직의 회복(jobless recovery)'이라고 조롱받는다.오늘날은 온 국가가 일심전력해 경제를 일으켜도 현상유지가 어려운 게 일자리 창출 과업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더욱 낭패인 것은 장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기업은 미래의 성장을 설계할때 인재를 확보한다.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도망갈 궁리만 하는 회사가 사람을 보충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키워 써야할 풋내기 인력을 뽑을 이유는 더욱 없다. 오늘날의 반(反)기업 추세가 극적으로 전환하지 않는한 차세대 우리 자식들은 상상못할 추위 속에 취업지옥을 헤매게 될 것이다.오늘의 어른들은 북한 지도자가 무책임하다고 지탄할 처지가 못된다.
지금은 나라 전체가 일자리 만들기에 총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기업을 살리고 투자유치 하는데 도움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내 적극 대응하고 신속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오히려 기업 내쫓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기적 영화인이 발목 잡아 투자협정을 체결 못하고 농가의 표가 무서워 FTA를 비준 못한다. 노조는 극단행동으로 총파업의 계기를 찾고,집단이기주의자들의 불법은 용인되지 않는게 없다. 방송은 반미와 이념화만 부추긴다.전교조는 평등사상만을 주입한다.오늘 수많은 기업이 떠나가는게 문제가 아니다.이렇게 이기적 적대적 비합리적 인간을 키우는 사회에 내일이 있을 수 없다.
이런 나라의 핵심에 대통령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국방문 때마다 세계의 역동적 움직임에 감탄하고 "한 수 배웠다"고 공언했다. 2만달러,10대 산업,동북아중심,로드맵 등 화려한 단어도 쉴새 없이 발표됐다.그런 그의 언사(言辭)나 구상은 이제 약효가 없다.이념적 과거를 결별하고 법질서 수호를 과시하는 구체적 행동 하나가 기업환경조성에 몇 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노 대통령 특유의 정무방식이 지난달 또 한번 신문 구석을 장식했다.
재정경제부 여직원이 "저,대통령인데요 공보기획과장 계신가요"하는 정중한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과장에게 경제부총리의 2만달러 5단계 실천전략이 무엇인가를 공대 말투로 묻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청와대 비서관이 왜 필요한가.
대통령의 손발 눈귀가 되어 신속정확한 국정수행을 도우라고 이들이 국록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과장도 통화 접선에 직원을 활용하는 시대에 일국의 대통령이 여직원과 통화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이제는 쇼보다 결단을 보이는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리더십 발휘가 안되는 환경이라 일을 못하겠다며 국민에게 재신임투표를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불안정한 대통령 밑에서는 생산적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그에게 힘을 실어주건, 새 지도자를 구하건 국민이 빨리 선택해 주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길일 것이다.
대통령이 신임되고 남은 4년간이 구태를 못벗더라도 자기 미래를 자결(自決) 못하는 국민의 몫이니 할 수 없는 일이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