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개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않다. 돈선거에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과거 정치권의 행태에 비춰 자칫 헛구호에 그치거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략으로 흐를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이 합의한 지구당 폐지와 완전선거공영제는 선거구제 변경과 새로운 선거문화의 정착이 전제되지 않으면 '음성적 돈선거'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와 실=4당이 합의한 지구당 폐지는 돈정치를 차단하자는 게 근본취지다. '돈먹는 하마'로 불러온 지구당 조직을 폐지,핵심 당원 2백여명과 지구당 운영에 드는 막대한 자금(한달 1천만∼3천만원)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을 뽑는 중·대 선거구제로 바꾸지 않을 경우 돈이 더드는 '개악'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당의 공조직 대신 향우회 동창회 등 사조직 의존도를 높여 음성적인 선거자금 운용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진의원은 6일 "현행 소선거구제나 2∼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에서는 지구당 폐지가 의미가 없다"며 "비공식 조직관리비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당이 없어진다고 조직없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구당 폐지를 들고나온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선거공영제도 마찬가지다. 선거공영제는 국가가 선거자금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사조직 가동 등 선거풍토 개혁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음성적인 조직가동비를 계속 쓸 경우 오히려 선거비용만 늘려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4백억원 이상의 국민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대국민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개인후원회 폐지와 기탁금 상향조정 등은 정치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실현가능성=선거구제 문제가 정치개혁의 최대쟁점 현안이다. 그러나 선거구제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열린우리당은 중대선거구제를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원내1당 한나라당이 소선거구제 당론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도 내부적으로는 반대가 상당한 상황이라 타결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선거구 획정도 의원 개개인의 이해와 맞물려 있는 데다 의원정수 및 비례대표 비율과도 직결돼 있어 조정이 쉽지 않다. 지구당 폐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연락사무소 등에 대해 '변형된 지구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