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10여년째 경비 일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69)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전화를 걸어 수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남 S군에서 새우잡이 어업을 하던 그는 지난 83년 지역 수협으로부터 1천만원을 대출받았으나 그해말 배가 전복되면서 어업을 접고 서울로 떠났다. 15년이 넘은 지난 2000년 S군 수협 직원이 찾아와 빚독촉을 했다. 직원은 '돈이 없다'고 버티는 김씨에게 "조합장 재선을 앞두고 실적때문에 그런다"며 "어차피 정책자금이니 갚지 않아도 된다"며 대환대출을 받을 것을 권했다. 솔깃해진 그는 이자까지 합쳐 3천5백만원을 대환대출받아 그 전의 빚을 갚았고 2002년에 또 4천만원을 대환대출받아 빚을 상환했다. 어민도 아닌 그가 수협으로부터 금융어업자금 경영개선자금 등을 신규로 대출받은 것.그 사이 김씨의 빚은 1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불어났고 S군 수협은 부실대출금을 대환대출로 성공적으로 돌리면서 부실자산을 클린화(?)할 수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6일 순자본비율이 마이너스 20%가 넘어 경영개선 4등급으로 지정됐던 전국 13개 지역 수협중 3개만을 통·폐합하고 나머지는 살리는 '허울뿐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97개 지역수협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5천5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결국 3개 수협만을 '시늉으로' 통·폐합키로 한 것.해양부는 4등급 조합중 10개는 지난 1년간 순자본비율이 개선되는 등 회생 가능성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자본비율이 도대체 어떤 방법을 통해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해양부는 지난해말 5천4백3억원으로 집계됐던 지역 수협들의 부실이 올 5월 경영진단 결과 3천억원 가량 늘어난 8천4백17억원으로 재집계됐다고 발표했었다. 그 중 7백억원 가량은 대환대출로 인한 것이었다. 신용카드사들이 대환대출로 위기를 벗어나려다 대환대출까지 연체되기 시작하며 올 들어 9월까지 4조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해양부 관리들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이런 관리들에게 수협의 감독권을 맡기는 게 한심하기만 하다. 사회부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