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대형 회계법인에서 처음으로 여성 파트너가 나왔다. 삼정회계법인의 서지희 상무(41)는 최근 열린 사원총회에서 회계사의 꽃으로 불리는 파트너로 선임됐다. 현재 삼정(KPMG) 삼일(PwC) 영화(언스트영) 안건·안진(딜로이트투시)등 해외 글로벌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국내 5대 회계법인 소속 파트너는 모두 2백10여명. 이중 삼정의 파트너는 모두 25명이다. 그러나 여성 파트너는 서 상무가 1호다. 지난 86년 당시 산동회계법인으로 입사한 서 상무는 4년간 회계감사업무를 하다 육아문제로 휴직한 후 92년11월 복귀,동료 공인회계사들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최종 점검하는 심리업무를 맡아왔다. 최근 회계법인들이 부실감사로 적지 않게 제소되고 있으나 서 상무는 2000년 삼정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회사가 한번도 소송당하지 않을 정도로 심리에 관한한 철저하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감사보고서를 감리해 3년간 벌점을 누적하는 지적점수도 삼정이 대형법인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서 상무는 회계 감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6월에는 국세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심리업무가 섬세한 여성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가끔 동료 회계사들과 보고서 내용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차분히 설명하면 대개 받아들이는 편이지요." 서 상무는 심리 업무의 특성상 동료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만하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육아문제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이대 경영학과 출신인 서 상무는 남편(수원지법 심상철 성남지원장)과의 사이에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신혼초 어린 아이들을 돌볼 수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절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만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게 됐어요. 주말에 많이 놀아 주자는 생각이었지요." 서 상무는 대부분의 여성 회계사들이 입사 후 5년쯤되면 외국인 회사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은 출장이나 야근이 상대적으로 덜한 심리업무를 맡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그는 기업 투명성에 대해 "많이 개선됐지만 정치자금 등 기업 환경도 함께 좋아져야 더 깨끗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여성회계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라며 "업무를 넓고 크게 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