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ndcom@bebehouse.com 나의 아버지께서는 평생 교직에 몸담으시다가 10여년 전에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그러하듯이 2남1녀였던 세자녀를 키우시느라 근검과 절약을 미덕으로 삼으며 생활하셨고,이제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겠다며 평소 지내오신 부산의 집에서 부부가 따로 생활하고 계신다. 연로하신 부모님들께서 먼 곳에 계시다 보니 마음에 걸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혹시 감기라도 걸리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일요일이면 등산을 하시다 넘어지지 않을까도 걱정이 된다. 그런데 이런 걱정과 죄송함을 한결 덜어준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아버지께서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즐겨 사용하신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기신 아버지께서 처음 인터넷을 배우시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자식들은 모두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해 e메일 사서함을 보는데,아버지께서 보내신 e메일이 눈에 띄었다. 놀랍고 반가운 마음으로 열어보았더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곱게 물든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10가지가 글과 음성으로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이런 동영상 파일들이야 평소에 흔히 볼 수 있지만,연로하신 아버지께서 힘들게 인터넷을 배우셔서 직접 좋은 내용이 담긴 파일을 찾아서 메일로 보내주셨으니 그 감격스러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인터넷은 바깥 세상에 떨어져서 지낼 수밖에 없는 많은 주부들에게도 좋은 벗이 되어 준다. 베베하우스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육아,자녀교육에 대한 질문과 아내,며느리,엄마로서 생활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글들이 매우 많다. 아기가 갑자기 아플 때,시댁이나 남편과의 갈등으로 우울할 때 덩그러니 집에 혼자 남겨져 있어야 하는 주부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모습은 참 흐뭇하다. 인터넷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음란물이나 스팸메일 등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인터넷은 우리가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오랜 벗보다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매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행복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