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원로인 월전(月田) 장우성(92)화백과 중국화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던 리커란(李可染,1907-1989)의 작품을 보여주는 "한.중 대가전-장우성.리커란"전이 19일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들은 비록 처한 시대상황이 서로 달랐지만 근대이후 전통회화의 "현대적 변용"을 추구한 대표적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작가의 대표작 60여점씩 출품될 예정이어서 오랫만에 동양화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장우성=월전은 해방 이후 우리 미술의 나아갈 길을 문인화에서 찾았다. 하지만 그 기조는 조선조 이후의 남종 문인화풍이 아니라 청말 '신문인화풍'을 구사한 우창스(吳昌碩) 치바이스(齊白石) 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형상을 단순화하고 선조(線條)의 직선화를 추구하는 이른바 '월전 화풍'을 창조해 냈다. 소재 면에서도 전통 화가들이 산수를 기조로 화조 영모화에 치우친 데 반해 월전은 인물 위주를 지향하고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1960년대 작인 '취우(驟雨)'는 채색화 계열에서 벗어나 수묵을 위주로 한 문인화운동의 대표작이다. 80년대 이후에는 시서화를 겸비하면서도 해학을 곁들인 문인화의 세계를 현실비판적인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월전은 작품에 맞는 화제(畵題)를 스스로 지을 수 있어 우리 시대 최후의 문인화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했다. ◆리커란=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인생을 위한 예술'을 지향한 전형적인 작가였다. '회화는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조로 항일 선전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마오쩌둥의 정치이념을 회화로 실현시켰다. 1964년작인 '온산이 두루 붉다(萬山紅遍)'는 마오쩌둥이 지은 시 '장사(長沙)'에 나오는 '온 산은 단풍이 들어 나무숲을 층층이 물들였네'라는 대목을 조형화한 작품이다. 리커란은 그러나 문화혁명기에 그의 그림이 '흑화(黑畵)'로 지목되어 비판받고 창작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문화혁명 이후 다시 작업에 복귀했을 때 그의 작품은 좀더 예술적인 본질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전환했다. 비학(碑學) 연구를 통해 얻어진 서체와 발묵법 적묵법을 사용해 웅대하면서 역동적인 산의 이미지를 담은 '가없는 강산(江山無盡)' 같은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온 산이 두루 붉다' 등 풍경 30여점,'부채를 든 여인' 등 인물 10여점,소그림 8점,서예 5점 등이 출품된다. 내년 2월29일까지.(02)779-531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