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있었던 서울대 공대 자연대 합동 입시설명회는 빈자리가 더 많았다고 한다. 서울대 이공계 대학들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지만 썰렁했던 설명회장은 이공계 기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공계 살리기가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 과학기술부가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추진할 1만명의 이공계 핵심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나섰지만 그 신뢰성은 의문이다. 물론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인력양성에 눈을 돌린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동안 무엇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이고 어느 부처가 이를 담당할지를 두고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던 터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사실 기술혁신은 이공계 인력이 핵심이다. 지난주 재계와 학계 그리고 정ㆍ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회 코리아 리더스 포럼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의 기본은 인력문제이며 정부가 이것만 해주고 나머지는 간접적인 역할만 하면 된다"고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문제는 무슨 인력을 얼마나,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있다. 과학기술부가 이공계 핵심인력을 1만명 양성하겠다고 했지만 1만명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부터 궁금하기 짝이 없다. 석ㆍ박사급 인력 수요를 말하는 것인지,이미 양성되고 있는 인력외에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그러하다는 것인지,과학기술부가 양성할 인력이 1만명이라는 얘기인지 애매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이공계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핵심'이라는 말에 걸맞게 질적으로 우수한 1만명의 인재육성이 정말 가능하다는 것인지,만약 가능하다면 최근 들어 교육인적자원부는 물론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역시 유사한 인력양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과잉공급의 우려는 또 없는 것인지도 따져 봤는지 묻고 싶다. 인력양성 방안이라는 것만 해도 그러하다. 연구훈련센터 지정,신기술연수단 운영,산ㆍ학ㆍ연 협동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한마디로 막연해 보이는 것들 뿐이다. 1만명이란 수치에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한다면 무슨 기관을 통해 각각 얼마나 양성하겠다는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말하기 좋아 1만명 핵심인력 양성이란 선언적 구호를 내건 것에 불과하다면 그야말로 후진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