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선거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대선 후보자들이 늘고 있다. '깨끗한' 선거가 그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기부금을 무제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선거법상 자금 사용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지사가 대표적 예다. 그는 8일 "수많은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첫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 연방정부로부터의 공공 선거자금 지원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민주당 후보가 된 것이다. 미 선거법은 공공자금을 지원받는 후보에 대해서는 예비선거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 한도를 4천5백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1억7천만달러를 기부금 목표로 잡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응하려면 공공자금을 포기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게 딘 후보의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공공자금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딘 후보는 "공화당이 부유한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민주주의를 팔아 넘기고 있다"고 비난한뒤 "이번 기회에 '돈없는 민주당 후보'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3분기 1천4백80만달러를 끌어들여 1995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운 분기별 모금 기록을 깼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