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계의 파업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와 비정규직 차별이 주요 이슈다. 노동계는 이들 제도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을 죽게 만든 주요인이 제도적 문제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일부 요인이 될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계의 잘못된 운동방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계는 협상철만 되면 대화와 타협을 뒷전으로 한 채 무조건 파업부터 벌이고 본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얻을수 있다고 믿기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매년초만 되면 그해 투쟁계획을 미리 짜놓고 이에 따라 파업을 진행한다. '5월말 쟁의행위신고 집중,6월 중순부터 총파업투쟁'식으로 투쟁지침을 산하노조에 내려보낸다. 그러다 보니 봄에 미리 협상을 끝내고 생산활동에 전념할수 있는 노조도 일부러 노사합의를 미루기 일쑤다. "총파업시기를 집중해야 사용자들이 겁을 먹어 협상이 노조에 유리하게 진행된다"는 민주노총 간부의 실토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상급노동단체가 집단행동을 최고의 해결책으로 여기다 보니 산하노조원들도 불법행위를 밥먹듯이 저지르게 되고 결국 손배·가압류라는 족쇄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과격노동운동이 결국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 올 들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노동자들이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한 한국노총 간부의 자랑(?) 섞인 분석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치기때문에 자살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전혀 필요없다. 정부책임도 없지 않다. '손배가압류 남용방지'니 '사회적 힘의 불균형 시정'이니 하면서 노동자들의 기대심리를 높인 것이 자살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기대만큼 해결된게 없다 보니 정신적 아노미(혼돈)에 빠져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제부터라도 합리적 노동운동에 눈을 돌리고 정부 역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삼가고 불법파업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하기 바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