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의석을 대폭 늘리는등 약진하고 야마사키 타쿠 자민당 부총재등 거물 정치인이 대거 낙선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일본 언론은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이 공명당,보수신당등 여3당과 함께 절반 이상(2백41석)의 안정다수 의석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당초 목표인 자민당 단독과반수 확보는 실패,양당제 구도의 정계 재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후지텔레비전은 출구 조사를 통해 예상의석 수를 자민당이 10석가량 줄어든 2백33, 공명당 36, 보수신당 4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50석가까이 늘어난 1백80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보수적 성향에 안주해 왔던 유권자들이 낡은 정치 청산과 과감한 개혁을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에 당운을 걸고 총력체제로 선거에 임했던 민주당은 목표달성에 실패했어도 선거 전보다 대폭 늘어난 의석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정부 여당의 독주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의 선전으로 앞으로 정국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여당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헌법 개정, 우정사업 민영화, 이라크 자위대 파견 등과 관련한 문제에서 야당과 민심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으로 예정된 우정사업 민영화 및 도로공단 민영화, 불량채권 수술 등 고이즈미 내각의 기존 개혁 프로그램도 민주당의 주장을 외면하고 마이 웨이로 내닫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권공약에서 이미 금융행정을 망친 관료들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을 공언한 상태다. 정치권과 재계 관계의 변화 가능성도 관심 대상이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게이단렌 회장이 최근 "정당별 정책, 이념을 놓고 볼 때 자민당과 가장 파장이 통한다"고 밝혔지만 몸집이 부쩍 커진 민주당의 주장에 재계가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성 스캔들로 물의를 빚었던 야마사키 타쿠 자민당 부총재가 낙선했으며 사이 다카코 사민당 당수와 구마가이 히로시 보수신당 대표도 낙선이 확실하다고 언론은 전했다. 금전 스캔들등을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한 후 관심의 초점이 됐던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과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은 권토중래에 성공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