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야당의 거센 도전과 50%대의 낮은 투표율 속에 9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은 여당에 '안정 의석 유지'란 명분을,야당에 '의석 증가'란 실리를 안겨줬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의석을 40석이나 늘리면서 대약진,자민당과 양당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단독 과반수(2백41석)를 꿈꿨던 자민당은 2백37석 확보에 그쳐 선거전보다 10석 줄었다. 그러나 공명당(34) 보수신당(4)을 합친 여3당 의석수는 2백75석으로,과반수를 넘겼다. 여3당은 10일 오후 당수회담을 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중심으로 연립정권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오는 19일 제2차 고이즈미 내각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현 각료 전원을 유임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O…일본언론들은 이번 총선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신당은 당지도부가 대거 낙선하자 당을 해체,자민당에 합류키로 결정했다. 반면 선거 직전 자유당을 흡수,통합한 민주당은 역대 제1야당 중 최대 의석을 확보해 수권 야당의 면모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정권교체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정책 공약을 앞세워 개혁 정당 이미지를 굳힌 데다 무당파 유권자로부터는 56%의 지지를 얻어 자민당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O…총선 투표율은 59.86%로,역대 선거 중 두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역대 선거 중 세번째로 많은 34명의 여성 당선자를 내 관심을 끌었다. 여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부총재,구마가이 히로시 보수신당 대표는 쓴 잔을 마셨다. 그러나 금전 스캔들로 국회를 떠났던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은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친북한 정책과 개헌 반대를 고수해 온 사민당 및 공산당은 의석 수가 한자리로 격감,당 존립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O…10일 닛케이평균주가가 전주말 대비 1% 이상 떨어져,'선거 후 주가하락' 징크스가 되풀이 됐다. 90년 2월 이후 네차례의 총선 직후에도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이날 도쿄증시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집권 자민당의 의석 수가 줄어들어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나자 경제개혁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이 높아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