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민소득 규모에 비해 기업 및 가계의 대출비중이 선진국보다 낮아 은행들이 대출영업을 확대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모건스탠리의 커크 윌슨 글로벌뱅크그룹 대표는 '금융권 구조재편 전망과 인수합병(M&A)'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각국별 여신침투율(Credit Penetration Rate)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백10%로 일본(3백18%) 미국(1백64%) 독일(1백48%) 영국(1백41%)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신침투율은 각국별 국내총생산(GDP)을 대출채권(총 채무액)으로 나눈 것으로,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보다 시장확대 여지가 많다는 뜻이라고 윌슨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급팽창해온 전세계 금융권의 M&A가 2000년 이후 다소 위축됐으나 작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면서 "특히 여신침투율이 낮은 신흥시장의 경우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M&A 관심도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윌슨 대표에 이어 '아시아권 은행의 M&A'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JP모건의 스코트 크리스텐슨 아시아태평양 은행 리서치부문 대표는 "아시아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고객을 산다는 의미"라고 정의했다. 그는 아시아 M&A의 특징은 △적정가격 이상이 지불돼 결과적으로 인수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비용절감보다 수익증대 효과가 크며 △지주회사 모델의 경우 구조 자체의 이점보다 계열사간 정보공유나 교차판매 기회 확대를 위해 도입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M&A를 통한 국내 금융산업 구조재편 전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앞으로 국내 은행간 M&A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겠지만 실제로 급격한 시장재편까지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외국계은행의 국내은행 인수 가능성도 외국계은행 비중, 해외사례, 은행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못박았다. 한편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외국계 펀드들만 살찌우고 있다"면서 "뉴질랜드의 경우 외국계가 시장을 1백% 잠식하면서 결과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