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취급하는 주가지수연동 상품의 판매액이 올들어 급증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주식 투자의 대체수단으로 주가지수연동 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지수연동 상품이 인기를 끌면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으로는 자금이 덜 가게 돼 이 상품의 과도한 인기가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ELD 판매, 5조원 돌파 =은행들이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형 상품은 크게 주식연계예금(ELD)과 주식연계증권(ELS)으로 나뉜다. 시중 8개 은행의 ELD 판매액은 이달 들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6일 현재 ELD 잔액은 5조9백5억원으로 지난 3월 말(3조3천5백73억원)에 비해 34% 증가했다. ELS 판매액도 급증하고 있다. 6일 현재 ELS 판매액은 1조3천9백71억원으로 지난 3월 말(1천1백69억원)보다 11배 가까이 늘었다. ELD와 ELS를 합친 주가지수연동 상품의 총 판매액은 3월 말 3조4천억원, 6월 말 4조9천억원, 9월 말 6조2천억원, 지난 6일 6조4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다. ◆ 주가지수연동 상품엔 주식이 없다 ='주가지수연동 상품으로 돈이 모이면 주식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주가지수연동 상품은 주식시장 '체력 강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ELD와 ELS의 상품 구조 때문이다. ELD와 ELS는 투자 원금의 90∼95%를 주식이 아닌 예금 채권 등에 투자, 원금을 보존토록 설계됐다. 투자액의 나머지 5∼10%는 옵션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 원금 외의 추가 수익을 얻는다. 즉 주가지수연동 상품 투자액이 선물ㆍ옵션 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은 없는 셈이다. ◆ 증시자금 빨아먹는 '블랙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주가지수연동 상품이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을 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증시가 살아나기 위해선 고객예탁금이 늘어나 증시 수급이 개선돼야 한다"며 "올들어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 고객예탁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는 주가지수연동 상품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주가지수연동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주가지수연동 상품의 원금 보존을 위해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