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선 때 정치권에 제공한 선거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1백억원을 준 것은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한 것으로 '집권할 경우 표적 사정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와 안줄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8월 말부터 10월 하순까지 SK아카데미에서 6회에 걸쳐 진행된 SK그룹 계열사 신임 팀장 및 부·차장 연수교육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정치자금은 여당 60%,야당 40% 정도로 나눠주는 것이 관례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김대중 정권 동안 민주당에 1백40억원,한나라당에 8억원이 갔다"며 "2002년쯤부터 한나라당이 자꾸 우리를 못살게 굴어 확인해보니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으며 대선 때는 할당된 양이라며 1백억원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늘 내가 창구였으며 선대회장은 대통령만 만났다"며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 청소를 맡아야 하고 이번 건도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내용만 알고 있으라,방법은 알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현 SK㈜ 사장)과 나,둘이서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하고 처리했고 민주당도 25억원을 요구하기에 다 줬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대선 직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11억원을 준데 대해 "대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이영로씨가 이전부터 생명공학사업 자금지원을 요청했는데 노 대통령이 집권하고 보니 역시 안줄 수 없었다"며 "그게 어떻게 최도술씨에게 가면서 이렇게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현대 비자금 사건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막아줬는데 우리는 방패막이 없었다"고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며 "결론적으로 개혁 주도권 싸움 와중에 SK가 크게 걸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