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평화의 주인공이 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모두 평화의 등불,생명의 등불입니다. 말이 아니라 온 몸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오는 15일 오후 전북 남원의 지리산 실상사(주지 도법 스님)에서 이같은 내용의 "생명평화를 위한 기도"가 올려진다. 지리산의 가르침으로 세상의 평화를 가꾸자는 뜻으로 "지리산 생명평화결사"(평화결사)를 창립하는 자리에서다. '평화결사' 추진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은 2백여명.정토회의 법륜 스님과 유수 스님,녹색연합 공동대표인 원택 스님과 수경 스님 등 불교계 인사는 물론 가톨릭의 최훈 김용민 신부,개신교의 채희동 허병섭 목사와 송순재 감신대 교수,원불교의 이선종 교무 등 범종교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장회익 녹색대학 총장,안도현 이원규 시인,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소설가 조정래씨 등 각계 인사들이 뜻을 같이했다. '평화결사'는 2001년 2월 '좌우익 희생자와 뭇 생명 해원상생을 위한 범종교계 1백일 기도'에서 비롯됐다. 당시 각 종교계 인사들은 한국전쟁과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해 1백일 기도를 드렸고 이 기도가 끝나던 날 지리산 달궁에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를 올렸다. 이후 평화를 주제로 한 강좌와 강연회 좌담회 기도회도 잇달아 열렸다. 특히 도법 스님은 1백일 기도를 1천일 기도로 연장해 지금까지 산문 출입을 자제하며 매일 네차례씩 하루 다섯시간 이상 기도를 드려왔다. 12일로 1천일 기도를 끝낸 도법 스님은 "생태 논리는 공존과 화해,평화의 논리"라며 "국민 일상생활에 평화의 가치를 심어주는 일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을 기반으로 한 평화운동보다는 각자 평화를 생각하고 실천하고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화결사'는 생명평화결사 서약을 한 개인을 '평화의 등불'이라는 기초 단위로 삼고 '평화의 등불' 세 명 이상이 모인 마을을 '평화의 마을'로 정해 각종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생명평화 순례다. 도법 스님은 "전통 불교의 탁발정신을 되살려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했다. 또 '10만 평화의 등불' 서약운동과 1천개 평화마을 건설,평화학교 운영,생명평화 독본 간행,연 1회 평화대회 개최 등의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