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자금 수사, 로드맵부터..金成基 <법무법인CHL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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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의 대선자금 전반에 관한 수사를 희망하면서 국민들이 수사결과를 통해 정치자금의 구조적인 윤곽을 전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치개혁의 방향이 제시될 수 있도록 수사할 것을 검찰에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수사의 범위에 관해 비자금 전체로 확대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뇌물을 제외한 일반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안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등은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10일 국회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을 통과시켜 이에 반발하는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과 검찰간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매듭될 지 알 수 없지만 정치자금의 파장이 앞으로 상당기간 재계에 미칠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확대해 나가면 한국기업은 회계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로 비쳐져 국제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조사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통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나아가 부정·부패의 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다소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들이 그 수사가 공정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느냐와 수사가 합리적으로 진행되는가에 있다.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 그리고 과거 검찰이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에서 보여준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정치권과 국민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일반적인 사건을 다룰 때와 같은 수사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정치권이나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못하다.
현재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검찰 수사가 공정한가라는 점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수사가 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수사의 시작부터 과정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공정하다고 생각할 만한 수사의 로드 맵을 미리 제시하고 그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 정치자금의 모금이나 회계처리 등 정치자금의 조성과정과 용처의 수사에 국한 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비자금조성과정에 이르기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를 밝혀 수사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노 대통령과 야당에 대해 동일한 조사항목을 구성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수사의 합리성 차원에서 재계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라는 이름으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기업에 대해 무차별 융단폭격을 감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수사가 이루어진 후 확인 절차만 갖는 최소한의 수사가 바람직하다.
기업의 부정을 덮어 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사가 종결된 후에도 단순히 수사결과만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도 일정 부분 밝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치자금 전반의 조성과 소비에 관한 수사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는 형국이 됐다.
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검찰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누가 수사를 담당할지는 아직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지만 수사 담당자들은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면서 수사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가 이루어져 이를 통해 우리 정치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law@ch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