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철회하는 대신 불공정무역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반덤핑관세의 대폭 인상을 몰고올 개정안은 세이프가드 조치의 효과를 내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하고 급진적이어서 새로운 세계무역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개정안의 대상품목은 철강 등 모든 수입상품이다. ◆반덤핑관세 강화가 핵심=미 상무부가 추진 중인 개정법안의 핵심은 세이프가드의 효과까지 낼 수 있도록 반덤핑관세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외국 수출업체의 자국 내 제품가격과 미국시장 내 판매가격의 차이를 기준으로 반덤핑관세를 산정하고 있다. 가령 미국에 열연강판을 수출하는 네덜란드 철강업체 코러스가 국내에서는 t당 1만달러에,미국시장에서는 t당 9천5백달러에 시판할 경우 차액인 5백달러에 상당하는 5%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반해 개정 무역법안에서는 '미국 내 시판가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관세를 뺀 가격과 외국 수출업체의 자국 내 시판가의 차액'에 대해 반덤핑관세가 매겨진다.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반덤핑관세를 계산할 경우 지금 3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물고 있는 코러스의 반덤핑관세율은 현행 5%에서 50%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간다. ◆또 다른 통상마찰 예고=미국으로서는 반덤핑조치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개정법안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미 상무부가 공청회 등을 통해 개정법안에 대해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절반 이상이 지지를 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해외의 반발은 거세다. 코러스는 "미국의 더러운 술수(dirty trick)"라며 법개정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영국 철강협회의 이안 로저 회장도 "미국의 반덤핑관세 강화안은 WTO규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런 방향으로 불공정무역법을 개정할 경우 세계무역분쟁 회오리가 또 한차례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러스의 국제통상담당 변호사인 리처드 커닝햄은 "미국의 (새로운) 반덤핑관세 부과방식 중 WTO규정과 상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국제통상마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패트리샤 휴이트 영국 통상장관도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즉각적인 세이프가드 철회를 촉구하면서 "반덤핑관세 강화와 같은 트릭을 쓸 경우 무역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