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스닥 선물시장 등 3개 증시 통합문제로 여의도 증권가가 시끄러운 가운데 12일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느닷없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웬 간담회냐는 질문에 거래소 관계자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증시통합 법안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강 이사장의 요지는 한마디로 "증시통합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최근 대선자금 등으로 정치권이 소란스러운 데다 재경위원회 소속 의원 가운데 증시통합에 부정적인 인사가 적지 않아 법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나돌자 강 이사장이 몸소 '바람몰이'에 나선 것. 이날 간담회 내용이 알려지자 증시통합 법안에 반대하는 증권예탁원은 즉각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탁원 노조도 통합법안의 국회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요즘 증권가에선 이처럼 증시통합 법안 통과를 앞두고 유관기관들간 이권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식거래의 청산·결제업무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증권예탁원 노조는 사옥 앞마당에 텐트를 쳐놓고 몇달째 농성중이다. 급기야는 노조원 전원이 청산·결제업무의 통합거래소 단일화에 항의,사표까지 제출했다. 이에 뒤질세라 거래소 노조원들도 과천 청사 등에 모여 세(勢)과시에 열중이다. 노조측은 연일 사내방송을 통해 동참을 촉구하며 예탁원을 향해 듣기에 민망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총만 없을 뿐이지 전쟁터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증권 유관기관들간의 기싸움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차가울 뿐이다. 이해 당사자들 모두가 겉으론 '증권시장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제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종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