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그룹 회장(사진)은 12일 지난 대선때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준 것과 관련,"자발적으로 준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달라고 해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사건의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에 도착,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5년간 정상적 자금을 (각 정당에) 편향적으로 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 대선 때는) 자발적으로 준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달라고 해서 준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주간동아는 SK그룹이 국민의 정부 기간 민주당에 1백40억원,한나라당에 8억원을 줬으며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표적사정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와 1백억원을 건네줬다는 손 회장의 발언을 기사화했었다. 그는 "내가 SK관계사 연수교육 현장에서 이 말을 한 것은 우리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내게 반성할 시간을 좀 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러나 정당에 건네진 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기자를 직접 만난 적도,숫자를 직접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면서 "일부 언론의 표현도 과격하고 거친 것 같았는데,나는지금 반성해야 할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386 검사의 분위기를 잘못 읽어 검찰에 당했다'는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게 말이 되나. 사회적 분위기를 잘못 읽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해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현재 계류 중인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사건을 먼저 끝낼 것인지,검찰의 SK비자금 수사 경과를 지켜본 뒤 재판 일정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당사자간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검찰과 변호인은 "SK비자금 등 추가 사건에 대한 수사가 끝나면 공판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재판부는 "내년 1월7일 재판을 다시 한 번 열어 그때 상황을 놓고 분리결심 및 병합 여부를 판단하자"고 말하며 15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정태웅·이태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