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정치개혁'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내부갈등으로 아직까지 정치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민주당 열린우리당과 함께 12일까지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키로 했으나 이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각 당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론확정이 늦어지면서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정기국회 회기가 한달이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치개혁안이 이번 회기를 넘기거나 졸속 심의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개혁이 과거와 같이 '말의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12일 의원총회,당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치개혁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운영위 등이 미뤄졌다. 지구당 폐지에 대해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고 후원회 폐지도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13일 운영위를 개최할 계획이지만 개혁안이 당론으로 정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혁안이 확정되더라도 당 최고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개혁안은 적어도 내주 초나 돼야 국회에 제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현격한 입장차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최대 쟁점인 선거구제의 경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중·대 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로 가닥을 잡았다. 선거구제는 각당의 총선전략과 맞물려 있는데다 당리당략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여기에 인구 상하한선과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각 당과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당초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제 개정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