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수도권 분양시장 갈수록 명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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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성남 용인 등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의 분양시장은 초기계약률이 90%를 웃도는 등 무풍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수도권 동남부권인 경기도 광주 여주 이천 시장은 급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분양시장은 이미 조정을 거쳐 차별화 단계에 접어들었기때문에 위치에 따라 계약률 편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실거주와 투자메리트를 함께 갖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축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반시설도 취약한 영동고속도로 축의 주거지역이 정부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남부축에선 초기 계약률 90% 넘는 단지 속출할 듯
쌍용건설이 성남시 태평동에서 분양한 '쌍용 스윗닷홈'은 10,11일 이틀간 1백91가구 중 1백16가구가 계약을 끝내 60%의 계약률을 보였다.
쌍용측은 계약 마지막날인 12일 계약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계약률이 90%를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던 성남 구시가지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분당선 연장구간이 개통되면서 성남에 거주하는 실수요층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림건설이 광명시 소하동에서 공급한 '우림루미아트'도 저렴한 분양가와 광명지역에 내재된 각종 개발재료에 힘입어 높은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2백18가구 중 93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와 계약 개시 이틀만에 50%의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 인근에 공급된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분양가가 1백50만원 가량 싼 7백40만원에 분양됐다.
우림건설 김우식 팀장은 "소하택지개발지구와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사에 대한 기대심리 덕에 계약이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며 "직원들 중에서도 분양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남는 저층을 배당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등 개발재료가 많은 충남 천안과 인기 주거지역으로 각광받는 용인 수지에서도 실수요층 중심으로 청약열기가 뜨겁다.
동일토건이 천안시 용곡동에서 공급하는 '용곡 동일하이빌' 33평은 청약 이틀만에 1천1백80명이 몰려 8.3대의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43평과 51평도 평균 1대의 1에 경쟁률에 육박하고 있어 전체 평균 경쟁률은 5대 1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동일토건의 김격수 이사는 "고속전철 개통,아산신도시 개발,행정수도 이전 등 개발재료가 많기 때문에 전매가 불가능해도 청약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LG건설이 12일 문을 연 용인 수지 성복 LG자이 모델하우스에는 오전에만 안내책자 2천여부가 동이 날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수지지구의 경우 실수요층이 두텁기 때문에 정부 대책과는 관계없이 청약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여주 등 남동부는 급랭 조짐
실수요층이 취약한 경기도 광주와 여주 등 수도권 남동부 분양시장은 10·29대책 발표 이후 꽁꽁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다.
현지 중개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광주와 여주 지역에서는 청약거품(가수요)이 사라지면서 아파트 공급에 나선 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모델하우스의 분위기가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하다는게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일부 업체는 인근 시세보다 무려 평당 1백50여만원이나 비싸게 분양가를 책정,스스로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
대주건설이 12일 분당 야탑동에서 문을 연 광주 도평리 '대주파크빌'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최근의 부동산대책 뿐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도평 파크빌의 평당 분양가는 6백50만원선으로 30평형 기준층 가격이 1억9천9백80만원에 달한다.
이는 도평리보다 입지여건이 뛰어난 쌍령동 롯데 '낙천대' 30평형의 분양가 1억3천7백만원보다 무려 6천여만원이 비싼 가격이다.
쌍령동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쌍령동 일대에서 입주를 앞둔 32평형 최고 로열층 시세가 1억6천만원선인데 비해 너무 높다"며 "고분양가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여주군 여주대학 인근에서 '예일 세티앙' 4백72가구를 분양하는 예일건설도 청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무려 한달반 동안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청약몰이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0·29대책 발표 이후 가수요가 일시에 빠져 나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분양가도 평당 3백80만∼4백20만원선으로 평당 3백10만원대인 주변의 기존 인기 아파트보다 1백만원 가량 비싸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인근 현대공인 신호경 대표는 "여주 주민들에게는 너무 비싼 분양가"라며 "실거주자 청약률은 20%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결국 외지인의 청약률이 관건인데 투자심리가 식고 있는 현재 분위기로서는 계약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