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상급단체 가입한 기업 부실화 될 가능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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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한 기업일수록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노조단체는 미국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선진국 노조기관과 달리 합리주의적 리더십이 결핍된 상태이고, 그 결과 '강경 투쟁'을 선호하는 바람에 기업 경영을 혼란에 빠뜨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조준모 숭실대학교 교수(경제학)는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동북아시아에서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계량적 성과 평가' 국제회의에서 "6백56개 상장ㆍ등록회사의 최근 4년간(1998∼2001년) 노조현황과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단위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한 기업일수록 이자보상배율이 하락, 부실화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비율로, 이 수치가 1을 넘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조 교수의 발표 논문에 따르면 노조가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악화될 가능성은 마이너스 0.0747이었으나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한 기업은 0.2362로 나나탔다.
상위노조에 가입해 있는 기업일수록 이자보상배율이 악화되고, 그만큼 경영부실에 빠질 소지가 훨씬 더 높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한국은 노조 상급단체들이 기업노조에 대한 리더십이 취약해 양보를 통한 합리적 문제해결을 추구하기보다는 강경투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와중에 기업의 부실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합리적 노조론'이 한국에서는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합리적 노조론'이란 노조는 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부실화를 촉진시키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조 교수는 따라서 한국 노사관계의 이같은 특수성을 고려할 때 워크아웃 등을 통해 부실기업을 살리려면 정상기업과 구분해 정리해고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단체협약에 일시적 유예기간을 주는 등의 노동관련 법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같은 논문내용에 대해 이날 즉각 성명서를 발표, "국내 전체 노동조합원의 97% 정도가 양대 노총에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상장ㆍ등록 기업 일부를 대상으로 상급노조와 기업 재무상태간의 관계를 분석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또 "조 교수의 주장을 뒤집어 보면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한 기업은 임금이 개선되는 등 소득 재분배가 더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두고 '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웅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노조와 기업의 파산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조 교수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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