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1백일 탈상제를 마친 다음날인 12일 그동안에 소회와 입장을 담은 글을 통해 현대그룹 경영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현 회장은 이날 언론사에 배포한 '현대그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제 저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미망인에서 고인이 남긴 유지를 이어 받은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다시 새롭게 일어섰습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이 자신을 현대그룹 회장으로 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이는 고인의 유업을 계승해 현대그룹을 직접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 "저의 현대그룹 임직원 모두는 남북 경협 등 고인이 남긴 큰 뜻을 계승 발전시켜 현대그룹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현 회장의 이같은 의지 표명은 KCC 정상영 명예회장측이 현대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정도로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 경영권 구도를 둘러싼 KCC측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냐는 질문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고 정몽헌 회장의 1백일 탈상제를 마친 현 회장이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목적으로 직접 글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 경영권 향방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상황에서 양측이 여론을 붙잡기 위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KCC측은 이날 발표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정 명예회장은 대주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