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터넷 입시학원에서 논술을 강의중인 대학 초빙교수가 지난 5일 실시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수능 신뢰도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 수능에서 언어영역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서울 모 대학 초빙교수 박모씨(42)가 국내 최대 인터넷 입시학원 M사이트에서 '대학별 맞춤특강'등 논술 강좌 12개를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지난해 3월 모 대학의 초빙교수로 임용됐으며 입시사이트 강의는 지난해 11월 녹화했다. 특히 석ㆍ박사 과정에서 칸트 철학을 전공한 박씨는 수능 출제과정에서 올해 언어영역에서 출제된 칸트관련 지문(4문항, 9점)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수능을 앞두고 인터넷 사이트 등에선 칸트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출제위원에 포함됐다는 사실과 함께 칸트 관련 예상지문이 떠돌았었다. 이와 관련, 교육과정평가원의 이종승 원장은 "출제위원 위촉과정이 촉박해 박씨가 사전에 입시관련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전에 학원의 강사였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출제위원에서 제외했을 것"이라고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박씨가 2003년에는 강의하지 않았고 문제는 출제위원 21명 전원이 공동으로 검토ㆍ확정하는 만큼 지문 유출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박씨에 대해선 소속된 해당 대학에 조치를 요청하고 교육과정평가원에는 기관경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의 신분을 놓고 수능 출제위원 선정기준이 적합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출제위원 선정기준은 '대학 전임교원 이상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중진 연구원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자'로 규정돼 있다. 교육부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초빙교수의 경우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하면 전임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박씨는 현재 주당 12시간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출제위원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가 소속된 대학측은 "박씨는 초빙교수로 비전임교원"이라며 "교육부에도 전임교원으로 보고한 적이 없다"고 교육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이에 대해 "나는 학원강사가 아니고 대학의 전임교원"이라며 "학원 강사라고 보도한 신문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