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특검은 검찰수사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특검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으므로 필요할 경우 시간조절용 재의요구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청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측근들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추지 않고 다 밝힌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수사가 원칙이고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를 회피할 때 한다는 이른 바 '보충성의 원리'를 지켜야 하므로 측근3명 중 최도술씨 건은 검찰 수사종료시까지 특검이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만큼 '수사 후'라는 단서를 달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위를 제기한다고 하니 이 문제도 함께 고려하면서 (재의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반헌법적 발상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사실상 특검법을 거부할 뜻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반헌법적,반국민적,반의회적 발상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한 특검 법안에 대해 정당한 이유도 아니고 시간조절용으로 거부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정당당하게 특검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우리는 소규모 비전투병,재건부대를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라크 내 어느 지역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 두가지는 완벽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절충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각 당 대표를 모시고 이런 사정을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들으면서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창·허원순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