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현대경영진 언제든 바꿀수있다"..현정은씨 "나는 현대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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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에 대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간 입장차가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KCC측은 12일 "대주주로서 언제든지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고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은 "고(故)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계승해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양측간 갈등이 지난 9일 KCC의 "대주주 역할은 하되 현정은 회장 체제는 인정한다"는 발표로 봉합되는가 했지만 안으로 더욱 곪아들어가는 국면이다.
KCC는 지난 9일 발표에서 자신들이 '현대그룹의 대주주'라는 점을 강조했고 현정은 회장은 이날 자신이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다시 새롭게 일어섰다는 표현을 써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현 회장 "현대그룹 경영 챙기겠다"
현정은 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1백일 탈상제를 마친 다음날인 이날 그간의 소회와 입장을 담은 글을 통해 현대그룹 경영 의지를 분명히했다.
현 회장은 언론사에 배포한 '현대그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제 저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미망인에서 고인이 남긴 유지를 이어 받은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다시 새롭게 일어섰다"고 밝혔다.
현 회장이 자신을 현대그룹 회장으로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이는 고인의 유업을 계승해 현대그룹을 직접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 "저희 현대그룹 임직원 모두는 남북 경협 등 고인이 남긴 큰 뜻을 계승 발전시켜 현대그룹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북 경협을 계승함으로써 현대그룹 경영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발표문이 그룹 경영권 구도를 둘러싼 KCC측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냐는 질문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 회장 역할 제한하는 KCC
KCC는 고주석 사장 명의로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현정은 회장이 어디까지나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고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이미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에게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다만 대주주로서 법률에 의해 주어진 응분의 권한을 행사하여 현대그룹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주주로서의 책임에는 경영진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견제할 책임과 함께 이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현대그룹을 어려움에 빠뜨린 가신 그룹을 정리하겠다는 정 명예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메일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취득의 당위성과 현대그룹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남다른 애정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현대그룹 경영관여에 불가피성을 암시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