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 'KT 비상'이 걸렸다. 거대 통신사업자인 KT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방송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방송시장 지배력을 넓혀갈 경우 기존 방송사업자들과의 유효경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1대주주인 KT는 내년 중 스카이라이프-메가패스 공용 셋톱박스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달 있을 스카이라이프 유상증자에 참여,지분율을 18%에서 31%까지 늘리고 실권주까지 확보함으로써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또 케이블TV방송국(SO) 디지털멀티미디어센터(DMC) 등 유선방송시장 진출을 위해 그동안 SO들에 저가로 임대해주던 관로통신설비,백본망의 임대 가격을 최고 10배까지 올릴 계획이다. KDMC 등 DMC 사업자들과 복수SO(MSO)에 대한 지분 매입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특정 지역에 KT 타운을 조성,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TV를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텔레비전 상거래(T-Commerce) 등을 시범적으로 구현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방송국 등 기존 방송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갖춘 KT에 방송 시장을 장악당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O협의회는 KT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출에 대한 정책건의서를 만들어 내달 중으로 국회 및 정부 유관기관에 제출키로 했다. 또 스카이라이프-메가패스 묶음형 상품이 시판될 경우 저가경쟁을 우려,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지역방송협의회도 이달말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방송사업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양측은 내년에는 케이블 중심의 지역미디어 포럼과 지상파 중심의 방송균형발전협의회가 공조해 KT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조은기 교수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양 산업간 경쟁이 발생하면 기술 발전이나 소비자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한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무선 모바일 네트워크,시내전화 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KT와 방송사업자들 사이에는 유효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계 일부에선 통신 자본의 방송시장 진입이 지상파 방송3사의 독과점 체제를 깰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