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경제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계화와 함께 지역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FTA는 한정된 지역을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역내국가의 무역을 자유화함과 동시에 역외국가에 대하여는 차별을 둔다. 따라서 FTA를 체결한 국가들 간에는 수출이 크게 늘어나나 그렇지 못한 나라는 수출 길이 막히게 된다. 세계 각 국이 FTA 체결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우리는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으며,올해만 해도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 그나마 2%대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출 증가 덕분이다. 또한 국가적 과제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도 수출의 지속적 신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FTA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53개가 발효 중이나,우리나라는 아직까지 FTA에 참여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무역대국이다. 수출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국가는 물론 중남미 국가들과도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올 2월에 체결한 칠레와의 FTA를 아직 발효시키지 못하고 있다. FTA 추진에 있어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적합한 파트너 국가를 찾는 일이다. 현재 FTA 체결이 논의되고 있는 일본 싱가포르 이외의 국가 중에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파트너 중 하나가 멕시코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인구 1억명, 세계 12위의 경제규모(2002년 GDP 4천8백14억 달러)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연간 교역규모가 3천3백억 달러로 세계 11위이며,90년 수입시장 개방 이후 연평균 15%의 높은 수입증가율을 유지하는 등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에 대해 2002년에 약 22억 달러를 수출함으로써 중남미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는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성격도 커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FTA 추진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고,그에 대해 정부 차원의 타당성 조사도 이미 마친 상태다. 최근 한 국내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면 대 멕시코 수출은 5년 이내에 2배,10년 후에는 4배 이상으로 확대되어 연간 85~1백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EU 미국 캐나다 등 34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멕시코와 FTA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업체가 감수해야 하는 피해는 막대하다. 멕시코의 국영석유회사 PEMEX는 한때 자사 발주 프로젝트의 입찰 참가 자격을 자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기업으로 제한함으로써 한국기업들이 입찰조차 참가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또한 내년부터 멕시코 자동차 수입시장이 개방되나,자동차 수입관세가 10%에서 50%로 대폭 오를 예정이어서 우리의 대 멕시코 자동차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일본과 멕시코 간의 FTA가 성사되면 우리가 입게 되는 상대적인 손실은 더욱 클 것이다. 이처럼 중남미 거대 멕시코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한·멕시코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고건 총리가 멕시코를 방문해 FTA 체결을 위한 양국간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합의함으로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의 FTA 체결에 소극적이었던 멕시코와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FTA 체결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칠레 FTA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해관계 그룹들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대책 마련 등 사전준비는 철저히 하되,체결까지의 절차를 조속히 처리하는 기민함을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FTA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지속적 수출신장을 통한 '2만달러 소득 달성'을 위해 FTA를 수세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