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마다 사장이 바뀌는 중소기업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배전반을 생산하는 원플러스(대표 원일식)는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 11명이 1주일마다 사장을 번갈아하며 회사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부터 '순환식 체험사장제'를 도입했다. 체험사장으로 있는 1주일은 대표이사와 똑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 자금 영업 생산 등 회사에서 일어나는 주요사안을 체험사장 스스로 결정하고 직접 결재한다. 다만 체험사장이 업무를 보면서 벽에 부딪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원일식 대표가 조언을 해준다. 어음 수표결제나 수주계약 체결 등 주요사안은 체험사장이 처리하되 원 대표의 최종 확인을 거친다. 이에 따른 책임은 원 대표가 진다. 원 대표는 "처음 이 제도를 시행하자 주변에서는 회사를 망칠 일 있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굉장한 모험이었지만 투명한 경영만이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우선 대표이사실을 회의실 겸 체험사장실로 만들었다. 자신은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의 좁은 공간으로 옮겼다. 체험사장실에는 1주일동안 일할 체험사장의 명패를 놓았다. 체험사장은 매일 오전 9시,오후 1시,저녁 5시 등 세차례 각각 30분씩 결재와 회의를 진행한다. 이외 시간은 자신의 업무를 본다. 지난 9월 체험사장을 했던 김인석 시스템부장은 "엔지니어라 회사의 자금흐름 영업 등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일일이 챙기다보니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게 됐다"며 "처음엔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회사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주 체험사장인 유덕용 플랜트팀 과장은 "새로운 도전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회사를 직접 경영해볼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뿌듯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원플러스는 체험사장제를 실시한 이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영업부 직원이 아닌 생산부 설계부 등 타부서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낭비요인을 스스로 줄이는 등 직원들의 애사심도 남달라졌다. 이 회사의 직원은 모두 24명이다. 회사측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신장된 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 대표는 "당초 경기침체로 매출액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체험사장제 도입후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대리급까지 체험사장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