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번호이동성 전쟁] (3.끝)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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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3사가 번호이동성제도 실시를 앞두고 본격 고객유치 경쟁에 들어간 이후 보여준 전략은 요금인하 움직임과 이전투구식 고발행위다.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자 SK텔레콤도 공세적 자세로 바뀌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업계에선 음성적인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제도 실시를 계기로 이통3사 사이에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유효경쟁체제를 다지려던 정보통신부의 의도와는 딴판이 될 지경에 놓였다.
정통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서 지난 12일 이통3사 관계자들을 불러 자제를 요청한데 이어 진대제 장관도 14일 아침 이통3사 사장들을 만나 공정경쟁을 당부할 예정이나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잉경쟁의 폐해=우리보다 먼저 번호이동성제도를 도입한 호주와 홍콩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 2001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당시 텔스트라가 47%,옵터스 33%,보다폰 17% 순의 시장점유율을 보였고 후발사업자인 오렌지원과 원텔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되자 이들 업체는 저돌적인 마케팅전쟁을 벌였다.
자금력이 취약한 후발사업자의 참패로 끝났다.
원텔은 결국 2001년 파산했다.
3위인 보다폰과 오렌지원은 경쟁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진 텔스트라와 옵터스는 요금을 슬그머니 올려버렸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도입했던 번호이동성제도가 오히려 독점을 부추겨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홍콩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99년초 번호이동성제도를 도입할 당시 허치슨텔레콤이 시장을 과점한 상태에서 후발사업자인 뉴월드 스마트톤 만다린 등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8%선에 그쳤다.
홍콩에선 춘추전국시대를 연상할 만큼 고객뺏기 경쟁이 치열했다.
3년 후인 2001년까지 가입회사를 바꾼 고객이 전체 사용자의 76%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후발사업자들은 별 성과없이 출혈경쟁에 따른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해 아직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홍철규 중앙대 교수는 "과잉경쟁으로 인한 이통사의 수익성 악화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부가 과당경쟁을 막고 요금심사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경쟁 유도해야=전문가들은 번호이동성제도의 성공 여부는 이통사들이 번호이동을 위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품질 서비스 요금으로 승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달렸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염용섭 통신방송정책연구실장은 "통신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고객서비스쪽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절실한 과제"라며 "그러한 경쟁이 이뤄져야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번호이동성제도가 이동통신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양대 장석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번호이동성제도는 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도입되고 있어 시장에 활력을 가져오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완 기자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