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그룹 회장의 잇따른 대선자금 제공 관련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손 회장은 "집권하면 표적사정 하겠다고 해 한나라당에 1백억원을 주었다"는 보도는 부인했지만 "정치권이 달라고 해서 준 것이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 회장은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민주당은 매년 초 SK그룹이 계열사를 통틀어 연간 정치자금으로 낼 수 있는 한도의 대부분을 가져갔다"며 "그런데 지난해 대선 전 열린우리당(당시 민주당) 이상수 의원이 요청을 해서 25억원을 주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한도를 초과해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은 '발끈'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 의원은 13일 "김창근 SK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15억원을 직접 받았지만, 손 회장을 만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원기 의장은 "우리는 최대한 원칙을 지켜 현실적 고통을 인내하면서 서러운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16대 총선을 전후해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옥두 의원은 'SK가 매년 초에 정치자금을 민주당에 제공했다'는 주장과 관련,"모든 것은 후원회에서 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얘기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상수 의원이 달라고 한 25억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상관없는 일이며 그쪽(열린우리당)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공을 넘겼다. 한나라당도 손 회장이 '표적 사정 언급'을 부인했지만 의혹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박진 대변인은 "만약 손 회장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면 비자금 제공에 대한 사후 변명이라고 할지라도 정도를 넘어 공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최돈웅 의원은 'SK측에 후원금을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으나 액수를 지정하거나 표적사정을 언급하는 등 강요나 강압은 전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