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성장동력 11가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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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성장을 논할 때".
어느 민간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제목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성장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위기가 닥친다는 의미다.
요즘 시중에는 이런 말도 나돈다.
지난 시절 "세계화"를 외치다 몇 년 후 "외환위기"를 당했듯 "차세대 성장동력"을 외치다 몇 년 후 "산업위기"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말로만 떠들다간 그런 꼴 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생각하면 "세계화"라는 것은 "국제화"에 뒤이어 나왔다.
차세대 성장동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가 달렸다고 그렇게 떠들던 "6T(정보 생명 나노 환경에너지 항공우주 문화)"에 뒤이어 나온 것 아닌가.
그래도 "혹시나"했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이 지금 산으로 가고 있는 건지 바다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유감스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천적인 것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말이 차세대이지 "10대 전략산업"이란 것이 5~10년 후의 성장동력인지 아니면 5~10년까지의 성장동력인지부터 솔직히 헷갈린다(유감1)."선택과 집중"은 또 어디로 갔을까(유감2).예산이 무한정이라고 생각하는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우선순위"라는 것은 아예 없다.
정부가 할 것,민간이 할 것,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할 것의 구분도 없다.
"10대 전략산업"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80개 품목을 보면 해당 안되는 산업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포함안된 분야도 별도로 지원한다고 하니 "안배와 분산"의 극치같기만 하다.
여기에 차세대 성장동력은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더해지면 어찌될까(유감3).어느 한 분야,어느 한 지역도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꼴이 안 난다고 할 수 있을까.
부처간 역할분담 때문에 차세대 성장동력은 몇 개월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11페이지에 달하는 세세한 역할분담은 유감스럽게도 동일 부처내 국(局)단위의 그것만도 못하다(유감4).서로 주고받다가 안되면 표결까지 했으니 오로지 청와대 보고용이었던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각 부처가 저마다 기획단을 통해 만들고 있는 후속 작업을 보면 모든 게 분담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몇개의 대형프로젝트를 도출,하나씩 주무 부처에 맡겼던 과거 "G7프로젝트"보다도 후퇴한 양상이다(유감5).항간에 나돌듯 차세대 성장동력은 결국 내년 부처간 조직 기능 개편을 노린 "세싸움"에 불과한 것일까(유감6). 차세대 성장동력은 지금 선장(船長)이 없다(유감7).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지 헤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유감8).어느 민간경제연구소장은 다른 건 놔두고 인력문제만이라도 정부가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의 인력 마스터플랜은 없다.
있다면 핵심인재 1만명 양성 등 밑도 끝도 없는 소리뿐이다.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또 한가지는 규제완화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동력과 규제완화를 서로 다른 나라 얘기로 받아들이는 것만 같다(유감9).출자규제에서 보듯 여전히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하듯하는데 무슨 성장동력을 기대한다는 것일까.
이러다가 별 실속도 없이 통상마찰로 민간기업만 피곤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유감10)."연구개발"을 시장에 가깝게 가져가면 "기술"이고 더 나가면 "산업"이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산업"으로 묶은 것이 설득력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혼자만 경쟁하는 게 아니다.
정부지원이 시장에 가까울수록 보조금 시비가 불가피한 것이 지금의 국제규범이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마지막으로 가장 큰 유감이 하나 남는다.
우리는 아직도 위기의식이 덜한 것일까(유감11).
논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