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정치자금 수사가 조기에 종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실인식이다. 지금 재계는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7개그룹의 핵심관련자 10여명이 출국금지를 당한데다 비자금 수사설과 표적사정설마저 유포되자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검찰수사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룹 수뇌부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고 있어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현명관 부회장에 이어 신임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검찰을 방문해 정치자금 수사의 조기종결을 요청하겠다는 것도 이런 우려감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검찰에서는 김 부총리나 전경련 회장단의 일련의 우려표명을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엄살쯤으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된다. 대선자금 수사가 장기화 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기업경영은 뒷전으로 밀려날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호기를 우리 경제의 불황탈출 기회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절박감의 표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당쪽 수사가 한계에 부딪치자 당초 방침을 바꿔 기업쪽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검찰수사 방식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종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기업들에 정치자금을 준 사실을 고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수사에 진전이 없자 애꿎은 피해자를 들볶는 것과 같다. 대선자금 문제는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기업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돈을 걷어 온 정치권이 대선자금 수수내역을 스스로 소상히 밝히는게 도리다. 그래야만 검찰도 더이상 기업회계 장부를 샅샅이 뒤져 수사단서를 찾는 일이 없어지고,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되면서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