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자…조용히들 하시고. 나눠드린 자료 6쪽을 펴세요." 단상에 선 대입 전문강사의 말 한 마디가 떨어지자 학부모와 학생 8천여명이 일제히 6쪽을 찾아 귀중한 문서를 읽는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지역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한 사설입시업체의 대입설명회에는 준비한 3천여석의 자리도 모자라 통로는 물론 행사장 밖 로비까지 학부모와 학생 수천명이 구름처럼 몰렸다. 이들은 강사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 세라 꼼꼼히 메모를 해가며 초긴장 상태로 귀를 쫑긋 세우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소중한 설교 말씀'을 듣는 교인들을 방불케 했다. 입시설명회를 연 이 업체는 얼마전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강사가 소속돼 있다는 소문이 난 탓에 어느 때보다 대입을 앞둔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3백여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행사장이 비좁은 나머지 주변을 서성거리다 입시정보자료를 간신히 얻어낸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입시학원에서 열린 특목고 입학설명회에도 학부모와 중학생들이 몰렸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다른 입시 전문업체의 입학설명회도 같은 장면들이 연출됐다. 그러나 서울 강남의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사설학원이 '선동적인' 입시설명회를 회사 홍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개최하면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