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슬픔의 일곱무대' 공동연출 나자명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난받는 소수민족의 설움을 울분과 한탄이 아닌 철학적인 이야기로 풀어 냈지요.
깊은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개막된 모노드라마 "슬픔의 일곱무대"에서 주연과 공동연출을 맡은 나자명씨(37)는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슬픔의 일곱무대"는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족의 수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됐다.
23개 에피소드들을 모은 이 작품은 각 에피소드들로 넘어갈 때 흐름이 자주 끊기고 내용도 상당부분 상징적으로 처리되지만 단락마다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젊은 관객층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에요. 공연을 본 신세대들은 이렇게 순수한 예술작품을 보고 싶었다고 평합니다. 아마도 인터넷과 게임 등 상업성 짙은 매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작품에 대한 갈증도 큰가 봅니다."
영국인들의 후예인 백인 호주인들의 인종 차별에 따라 아보리진족은 수십년 전만 해도 아기를 빼앗겨 백인의 하인으로 키워졌고 오염지역에 추방돼 기형아들을 낳아야 했던 끔찍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들의 수난사를 기록한 '슬픔의 일곱무대'는 호주에서 중등 교재로 채택됐으며 '토끼울타리'란 제목의 영화로도 상영됐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인 나씨는 일본에 체류하던 중 이 대본을 발견해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
"대본을 보는 순간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읽었을 때처럼 척추를 타고 뭔가 올라오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란 점이 저를 더욱 사로잡았습니다."
나씨는 지난 80년대 말 일본 쇼와예술단과대학에서 뮤지컬 드라마를 공부하며 일본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슬픔의 일곱무대'엔 호주 정부로선 감추고 싶은 역사가 담겨 있지만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 공연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