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시작된 금강산관광이 18일로 5주년을 맞는다. 분단 50년의 장벽을 허문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 속에 화려하게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여러차례 중단 위기를 맞았지만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5년간 꿋꿋이 지속돼 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지난 1년간은 대북송금 특검과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관광 중단,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사업 시작 이후 최대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정 회장 사후 대학생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북사업 지지 여론이 확산되고 육로관광이 재개되면서 금강산관광은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 시련의 금강산관광 현대아산은 고질적인 재정난으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민간 주도의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시작 단계부터 수익성을 따지는 기업논리보다 대북사업이라는 정치 논리에 무게를 두고 사업 방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투자로 이어져 현대그룹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는 작년 말까지 시설투자에만 1천8백51억원을 투입했다. 또 북한에 금강산관광 사업의 30년 독점권 대가로 9억4천2백만달러를 주기로 합의,지금까지 이미 4억1천만달러 이상이 북측에 제공됐다. 2001년 5월까진 관광객 수에 관계없이 일시불로 줬지만, 현대의 자금 사정 악화로 같은해 6월부터는 1인당 1백달러(육로는 50달러)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올들어 10월까지 지급액은 약 1천만달러. 2000년 합의한 이른바 '7대 사업' 대가로 5억달러를 지급한 것 등을 포함하면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에 투자한 돈은 총 1조5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당초 한해 50만명의 관광객을 예상했던 현대아산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5년 동안 금강산을 다녀간 관광객은 총 57만여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부진으로 현대아산의 손실액은 총 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정 회장과 김윤규 사장이 대북 송금 특검을 받으면서 '퍼주기식 대북사업'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통일사업이라는 명분도 퇴색했다. 하지만 고 정 회장이 멍에를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북사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며 사업 자체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금강산관광 사업의 전망 금강산관광이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사업 주체와 방법론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한 사업이란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장관급 회담, 적십자 회담 등 크고 작은 남북 교류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렸고 학생들에게는 북한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통일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또한 평양 정주영체육관 개관식 참가를 위해 분단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1천여명의 민간인이 육로로 평양을 오간 것도 금강산관광 사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특히 지난 9월 재개된 육로관광은 금강산관광 사업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9월에 1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은데 이어 10월에는 1만8천여명이 금강산을 다녀갔다. 김 사장은 "내년에 금강산려관 등 숙박시설을 확충하면 2005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6자회담 개최 등으로 차츰 실마리가 풀리고 있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외 투자자의 관심도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현대그룹을 인수한 금강고려화학(KCC)이 최근 대북사업 재고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금강산관광의 미래는 정부와 국민적 지원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