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수출이 국내 시장 일부에서 고용을 유발하고 체감경기를 안정시키는 등 내수시장에 온기(溫氣)를 불어넣고 있다. 수출과 내수시장의 양극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에서 '수출주도형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정치자금 수사를 놓고 혼미를 더해가고 있는 정치권의 불확실성과 신용불량자 문제, 노동계의 연대파업 투쟁 등 경기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도 수두룩하다. 이들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경영 환경은 오히려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어 향후 경기회복을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수출주도형 생산 증가 지난 10월 통관기준 수출은 1백90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6.2% 증가했다. 역대 수출 최대치였던 지난 9월의 1백71억6천만달러를 한 달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9월의 산업생산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전년 동월비 6.6%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10월 산업생산 증가폭은 더욱 확대될 게 확실시된다. 10월 중 취업자가 전달에 비해 15만명 늘어난 것도 수출 관련 기업들의 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 연구위원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생산이 늘어나고 재고가 감소하는 등 경기 하강이 마무리되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경기는 차차 회복세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기업ㆍ소비자 체감경기 개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103.4로 12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다. 한국은행이 2천4백9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조업 BSI는 79로 9월(71)에 비해 뚜렷이 개선됐다.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전망치(CSI)는 월 3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돌파(100.3)하는 등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설비투자 확대와 불확실성 제거가 관건 수출주도형 경기가 내수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생산설비 투자를 늘려 돈이 내수업종으로 풀려야 하는데 설비투자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3백50만명을 돌파한 신용불량자 문제 등으로 인해 내수소비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 상무보는 "소비자 심리지수 등 내수시장 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며 "소비나 투자가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경기가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