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 개발에 나섰을 때다. 한국에 나와있던 지엠코리아(GMK)의 수석부사장 H W 벤지로부터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내 면전에서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현대가 고유모델을 만들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소!" 자존심이 상했지만 꾹 참고 웃어넘겼다. 그리고 보란듯이 우리의 고유모델 '포니'를 만들어 76년 1월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벤지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현대가 고유모델을 수출하면 내 다른 손가락에 장을 지져라." 그는 자존심을 있는대로 박박 긁어놓았다. 밥상을 뒤엎고 싶었지만 또 꾹 참았다. '그래,본때를 보여주마!'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판단한 나는 여세를 몰아 수출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안됩니다. 수출은 국내 판매에서 경험을 더 쌓은 후에 해야 합니다." 당시 윤주원 현대자동차 전무가 가로막았다.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맞는 각종 규제사항을 맞춰야 하는데 과연 우리에게 그런 준비가 돼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76년 7월 첫 선적을 시작으로 77년에는 30개국,79년에는 42개국으로 수출을 늘려갔다. 나는 직원들에게 벤지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프랑스로 전출되고 한국에 없었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1등 비행기표 줄테니 프랑스에 가서 벤지 손가락 지지고 올 사람 없어? 벤지 손가락 두 개는 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