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2003년 컴덱스 기조연설 도중 상영된 동영상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인물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약 7분 길이의 이 동영상에서 게이츠 회장이 맡은 역할은 스티브 발머 MS CEO가 분한 주인공 '네오'를 매트릭스에서 탈출시켜 투쟁의 길로 이끄는 저항조직의 지도자 '모피어스'. 발머 CEO는 '스티보'라는 이름의 컴퓨터 해커로 활동하다 리눅스가 지배하는 매트릭스의 요원들에게 붙잡혀 심문을 받던 도중 전화기를 통해 게이츠 회장에게로 소환된다. 게이츠 회장은 진실을 보는 '빨간 알약'을 선택한 발머 CEO를 무술도장으로 데려가 한바탕 격투를 벌인 뒤 "이제 진실을 알려야 할 때" 라며 자사의 차세대 윈도인 '롱혼(Longhorn)'을 소개하고 매트릭스로 돌아온 발머 CEO는 매트릭스와의 투쟁을 다짐한다는 내용이다. 리눅스와 IBM 진영을 겨냥해 만든 이 동영상에서는 심문도중 매트릭스 요원이 리눅스 운영체제의 노트북을 켜자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작동이 멈춘다. 또 게이츠가 "매트릭스에 남고 싶으면 이걸 먹으라"며 'IBM/리눅스'라고 써진 주먹만한 크기의 알약을 발머에게 내미는 등 영화장면을 인용해 리눅스를 비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연설회장을 가득 메운 5천여명의 청중은 환호와 폭소로 대답했다. 그러나 이후 연설 말미에 정작 게이츠와 MS 직원이 새로운 통합 검색기능인 '내가 본 것(Stuff I've Seen)'을 현장 컴퓨터로 시연하던 도중 아웃룩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겨 작동이 멈추자 관중들의 탄성과 실소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