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L600' 현지 시승기] 순간 가속.코너링 완벽함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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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오후 따가운 햇빛을 느끼며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벤츠 S600,CL600을 비롯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명차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그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SL600.
일단 세련미 넘치는 컴팩트 보디에 전동식 하드톱을 얹힌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아함과 날렵함을 조화시킨 디자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SL600은 1954년 선보인 전설적인 300SL '걸 윙 도어'를 기본 타입으로 4번의 모델 체인지 끝에 탄생한 최신 작품입니다.고급세단의 안락함과 스포츠카의 다이내믹함이 결합된 이상적인 로드스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고객센터 직원이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짧게 설명했다.
열쇠를 반 바퀴 오른쪽으로 돌리자 중저음의 으르렁거림이 차 전체를 감싼다.
기존 S600과 CL600에 장착됐던 V12 엔진 그대로다.
최고출력 5백마력의 힘과 2백50km/h의 최고안전속도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쾌적한 날씨를 핑계삼아 출발 직전 톱을 접자 SL600은 단 16초만에 컨버터블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 번의 버튼작동으로 하드톱 '파노라마 바리오 루프(Panorama Vario-roof)'가 사이드 윈도만 남겨놓고 트렁크 속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액셀러레이터에서 엔진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출발.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마자 제원표대로 0∼1백Km/h까지 4.7초 만에 주파하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SL600의 순간 가속이 워낙 강렬해 속도계에 눈을 돌릴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회전수와 상관없이 충분한 토크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6단 오토기어가 매끄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단단한 차체와 정밀한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뤄 어떤 코너도 완벽하게 제압하며 달린다.
귓전을 흘리고 가는 배기음과 발끝에서 엉덩이로,좌석 등받이를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호흡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포근한 승차감과 숨막히는 가속감과 함께 SL600은 급커브에도 리드미컬하게 적응하며 도로를 제압해나갔다.
급제동시에도 운전자의 의도 이상으로 안정된 컨트롤 기능을 선사했다.
2시간여의 시승 끝에 내린 SL600의 매력은 한 마디로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어떤 코스도 완벽하게 요리해낸다는 것.
운전석에서 내리기가 싫었다.
슈투트가르트(독일)=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