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고급 스포츠카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1960년대 전반 무렵이다. 당시 이 시장에는 강한 파워와 세련미를 강조한 페라리와 남성적인 이미지의 마세라티가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호화로운 디자인을 내세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P400으로 불린 초기의 미우라 프로젝트는 회사 내 설계, 시험부문의 젊은 간부들이 중심이 돼 과외활동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1965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섀시 형태로 출품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1년 뒤 보디까지 완성한 생산모델이 제네바에서 발표됐다. 정식 판매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1백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와 자동적으로 생산하게 됐다고 한다. 이 차는 독특한 헤드라이트와 멋진 외관을 갖고 있는 데다 탁월한 기술로 완벽한 엔지니어링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우라에 장착된 4ℓ, V12의 미드십 엔진 레이아웃은 1966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것이었지만 1964년 출시된 포드 GT40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모델 P400은 계속 파워를 보강해 P400S, P400SV로 진화했으며 P400SV는 2백82km/h의 최고속도를 실현했지만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면서 1973년에 카운타크로 교체되고 말았다. 김상권 < 현대ㆍ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