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주권 이양 청사진이 구체화된 가운데 미군이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강화하는 등 이라크 전후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행방이 묘연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육성으로 추정되는 녹음테이프가 또 등장, 점령군의 즉각 철수와 성전을 촉구하고 나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미군의 저항세력 소탕 강화 = 미군은 16일 저항세력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이라크 중북부를 중심으로 `담쟁이덩굴 회오리바람(Ivy cyclone)-Ⅱ' 작전에 전격 돌입했다. 제4병보병사단이 주축이 된 부대가 이끄는 이번 작전은 북부 모술에서 미군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저항세력의 공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충돌해 미군 병사 22명이 사상하는 전후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후 시작됐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신호탄으로 16일 정오 키르쿠크 서쪽 25㎞ 지점에 위치한 반군세력 근거지로 의심되는 곳으로 위성유도 방식의 전술미사일(ATACS) 1기를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목표지점에서 220㎞ 가량 떨어진 바그다드 외곽 타지에서 쏘아 올려졌으며, 미군이 위성유도 미사일을 동원한 것은 지난 5월 종전선언 이후 처음이다. 미군 대변인인 빌 맥도널드 중령은 "우리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위성유도 미사일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항세력들의 피해상황은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미 82공정사단은 지난달 팔루자에서 발생한 미군의 탄약적재 차량에 대한폭탄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이라크인 형제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저항세력도 강공(强攻)으로 맞서 = 미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후세인 추종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험비 차량을 타고 이동중이던 미군이 저항세력의 기습공격을 받아 미군 병사 3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경찰 관계자는 "미군 차량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로부터 습격을받았다"며 "교전과정에서 미군 차량이 크게 부서졌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미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하루동안 폭발물 매설공격을 포함해 12차례나 이뤄졌지만 다행히 미군측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또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서 이날 연쇄적으로 5차례에 걸쳐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으나 폭발음의 정확한 정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 관계자는 "폭발음은 수도 바그다드 일대에서 미군이 저항세력을소탕하기 위해 공격용 헬기와 장갑차 등을 투입해 벌이고 있는 철망치(Iron Hammer)작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전' 촉구 후세인 육성 추정 테이프 등장 = 미군과 저항세력의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세인의 육성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담은 15분 분량의 녹음테이프가 16일 아랍어 위성채널인 알-아라비야 TV를 통해 방송됐다. 지난 4월9일 종적을 감춘 후세인 추정 목소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9번째.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며 이라크 국민들에게 점령군의 "사악한 의도"에 맞서 강력히 싸울 것을 촉구했다. 이 녹음테이프는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 전역에 방송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후세인 처럼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했고, `백악관(the White house)'을 `흑악관(the Black house)'으로 불렀다. 그는 "그들(연합군)은 이라크를 점령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소풍을떠났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면서 그러나 "사악한무리들은 지금 스스로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침략자들은 우리 나라를 떠나는 것 이외의 선택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연합군에 맞서 보다 강력한 성전을 펼칠 것을 이라크 국민들에 촉구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특히 "외국군이 만든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공격은외국군을 공격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 연합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들에대한 공격을 촉구했다. 또 "이라크에는 이라크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면서 미국은 결국 이라크에서 패배해 더 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라크전의 빌미가 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전쟁전에 이미 밝혔듯이이라크는 미국이 주장하는 그런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알-아라비야측은 "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테이프의 목소리를 들려줘 이를 녹음해 방송했다"며 "발신자가 어디서 전화했는 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후세인 목소리'로 긴장 = 저항을 촉구하는 후세인 육성 추정 녹음테이프가 공개될때마다 저항의 강도가 거세졌기 때문에 미군은 사뭇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후세인 추정 남자가 점령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주문한 것과 때맞춰 미군정이 임명한 키르쿠크의 이라크인 부지사에 대한 암살이시도됐다. 이스마일 아흐메드 라자브 알-하디디 부지사는 AFP통신에 "일요일(16일) 차량편으로 이동중이었는 데 갑자기 괴한 4명이 총탄을 퍼붓고 달아났다"며 자신은 다리에총상을 입고 운전기사는 중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여유만만 = 후세인을 끝까지 찾아내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공언해 온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공개된 녹음테이프 내용을 구태의연한 선전선동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라크가 안정될때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과도통치위가 공개한 이라크주권 이양일정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주권 이양후인 내년 7월 이후에는 안보상황에맞춰 현지 주둔 미군 병력 수준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이라크를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라크는 역사적인 위업(historic event)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해 17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고, 이번주는 정말 힘든 한주였다"며 "그러나 자유를 향유할 주권국가 이라크 건설에는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워싱턴 AP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