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0년대부터 지구에서 원격으로 우주 비행사의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단의 하나인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초청으로 최근 우리나라에 온 NASA 제트추진연구소 최성회 박사(42)는 "NASA는 우주비행사의 건강검진과 질병치료를 위해 바이오 나노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비행선을 발사하기 위해선 약 1억달러가 소요된다"며 "미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우주탐사계획이 우주비행사의 발병으로 차질이 생길 경우 커다란 손실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연구에 전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박사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바이오 소자를 우주비행사의 위 간 등 주요 장기에 이식한 뒤 우주여행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지구관제탑에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병이 났을 경우 약물을 부착시킨 자성(磁性) 바이오 나노소자를 비행사의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자성을 띤 나노소자를 원격으로 인체 내 질병부위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NASA가 바이오 나노기술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국 전체 연구투자비의 절반 정도가 이 분야에 집중될 정도로 인기있는 연구주제로 떠올랐습니다." 최 박사는 "미국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휴렛팩커드,인텔 등 정보기술(IT)업체들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병원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피 한 방울로 질병을 검진할 수 있는 '원격진료시스템'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게 최 박사의 설명이다. 버클리대에선 약물을 담은 나노소자를 인체 내 암세포 부위로 이동시킨 뒤 몸 밖에서 적외선으로 소자를 가열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나노연구는 차세대 반도체 등 나노전자소자 분야에 치우쳐있다"며 "일본이 바이오나노연구를 강화하기 전에 한국이 먼저 이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박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에어로스페이스사를 거쳐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합류했다. 현재 약물전달시스템,DNA 염기서열분석 등에 대한 과제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