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 일환으로 미국 시민을 `적전투병(enemy combatant)'으로 지목, 구금하는 행위에 대해 연방 항소법원의 한 판사들이 17일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해 미국내에서 재래식 폭탄을 이용, 방사능 물질을 소산(燒散)시키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혐의로 작년 5월부터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한 해군 함내 영창에 구금돼 있는 호세 파디야(33). 부시행정부는 시카고 폭력단 일원이었던 파디야를 적전투병으로 지목, 기소도하지 않은 채 변호인 접견도 불허하고 1년 반 동안 구금중이다. 이날 2시간 가량 진행된 심리에서 행정부를 대표한 폴 클레멘트 수석검사 대리는 "알-카에다가 미국을 전장(戰場)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재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급박함 때문에 이같은 조치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연방 항소법원 재판부의 배링턴 파커2세 판사는 미국 시민을 적전투병으로 지목할 수 있는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부여된 권한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파커2세 판사는 "법원의 검토가 제한된 상태에서 행정부에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미국 헌법적 삶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며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전례가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재판부의 로즈마리 풀러 판사도 "만약 실제로 미국이 전장이라면 의회가 그렇다고 말해야 할텐데 아직까지 의회가 `미국이 전장'임을 밝힌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역시 행정부의 시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심리에서 행정부는 파디야의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고 적전투병 지목에 이의를 제기할수 있도록 한 지방법원 마이클 무커시 판사의 판결을 항소법원이 뒤집어줄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파디야의 변호인인 스탠퍼드대학 로스쿨의 제니 마르티네스 교수는 행정부가 심지어 미국 시민까지도 적전투병으로 지목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서 "행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권한은 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9.11테러' 이후 부시행정부에 의해 적전투병으로 지목된 사람은 파디야를 비롯해 카타르 시민권자인 알리 살레 칼라 알-마리와 루이지애나주(州) 출신의이삼 함디 등 모두 3명이다. (뉴욕 AP=연합뉴스) economan@yonhapnews